가을꽃 국화 / 안경원
해는 저만큼 물러서고
들판에 떨어져 남은 낟알들 위에
서리 하얗게 내리고
굴참나무 숲은
그 많은 잎을 다 쏟아내고 있다
하루하루 도토리 여물고
하루하루 강물 차가워질 때
살아있음의 절정에 닿는
가을꽃 국화
땅의 열기 식도록
향기 담고 있다가
사람들 무채색의 시간을 덮으며
한 뼘씩 점령한다
남아있는 날들을 물들인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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